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스포츠인 MMA는 비교적 근래에 생긴 스포츠야. 근래라고 해도 이제 40년이 다 되가고 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에겐 종합격투기라는 종목의 이름보다 한 때는 프라이드로, 지금은 UFC로 더 친숙하기도 할거야. 더 나아가서 종합격투기보단 이종격투기란 용어를 더 사용하기도 하고... 그만큼 종목 자체에 대한 주목도 보다는 특정 단체나 선수에 대한 주목도가 훨씬 커서겠지.

그럼 최소한 룰로 싸운다는, 그리 혁신적이지는 않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근래에 탄생하게 된걸까?

shuai jiao-horz.jpg MMA 이야기: MMA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서두에 근래에 생겼다는걸 강조해놓고 옛날 얘기를 하는게 좀 뜬금없긴 하지만, 과거에도 MMA와 비슷한 스포츠는 있었어. 사진 왼쪽은 중국의 전통무술인 쉐이 지아오(쿵푸 레슬링)야. 치우천황이 본인의 군대에 훈련시켰다는 신화가 있을 정도로 오래된 무술이고, 본격적으론 주나라 때부터 군용무솔로 도입하면서 알려졌다고 해. 사진에서도 보듯 씨름과 유사한 형태에 약간의 타격을 섞은 형식이었데. 현재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유도와 매우 흡사해.

오른쪽은 그리스의 고대 무술인 판크라티온인데 들어본 사람들이 좀 있을거야. 복싱, 레슬링과 더불어 고대 올림픽 종목 중 하나였고 형태는 복싱+레슬링에 몇 가지 킥을 얹은 형태였다고 해.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MMA와도 비슷한 면이 있지. 굉장히 거친 룰로도 유명했는데 나체로 경기하는데다 깨물기, 눈 찌르기, 할퀴기를 제외하면 모두 허용됐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권을 하느니 죽음을 택했다고 해. 둘 다 현재의 MMA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에 MMA의 기원이라기 보다는 "과거에 비슷한 것이 있었더라~"라는 정도로만 취급 받어.

MMA의 기원은 1970~80년대로 여겨져. 이 당시 오늘날의 종합격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낸 선구자들이 등장했어. 무규칙 격투기를 하면서 타격이 혼재된 상황에서의 주짓수의 실전성을 고민한 주짓수의 원조 그레이시 가문. 가라데로 타 무술에 도전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여러 기술이 혼합성을 주장한 최배달. "물이 되어라" 라며 기존의 무술에서 중시되던 형을 타파하고 서서든 누워서든 싸울 수 있는 절권도라는 철학을 내세운 이소룡(특히나 이소룡은 오늘날 MMA에서 사용되는 오픈 핑거 글러브를 고안한 사람이기도 해). 이런 선구자들의 아이디어에 힘 입어 미국과 일본에서 등장하기 시작했어. 재밌는 점은 두 나라가 각기 다른 기원을 갖고 시작했기에 같은 종목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차이점을 보인다는거야.

역도산이 일본에 프로 레슬링을 소개한 이래 일본엔 프로 레슬링 붐이 일었어. 역도산 사후 프로 레슬링을 주도한 안토니오 이노키는 역도산의 제자이기도 했지만 칼 고치라는 캐치 레슬러(캐치 레슬링: 레슬링에 섭미션 기술을 허용한 것)의 제자이기도 했어. 그렇기에 이노키는 좀 더 실전적인 레슬링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칼 고치의 다른 제자들도 프로 레슬링 업계의 인물들이었기에 실전적인 레슬링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러한 열망이 현실화되는 계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무하마드 알리 VS 안토니오 이노키의 경기야. 당대 최고의 복서와 일본 최고의 레슬러의 대결은 상당한 화제였어. 경기 내용은 슬라이딩하면서 로우킥을 하고 자빠져선 들어오라고 하는 이노키와 어쩔 줄 몰라하며 발길질을 해대는 알리가 같은 짓을 15라운드 내내 반복하는 수면제 경기였지. 그러나 내용은 차지하더라도 그 화제성 덕분에 규칙이 없는 실전 싸움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는 슈토, 판크라스 같은 격투기 단체들의 탄생으로 이어져. 이런 단체들을 설립한 사람들이 프로 레슬러들이었기에 일본의 격투기는 프로 레슬링의 연장선상에 있었지. 그래서 한 때 유명했던 프라이드를 보면 UFC와는 달리 링에서 하잖아? 이게 바로 프로 레슬링의 영향이야.

또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굉장히 중시하는 것도 그 영향인데, 얼음 파운딩의 효도르니 불꽃 하이킥의 크로캅이니 하면서 프로 레슬러들 처럼 캐릭터를 잡아주고 좀 억지스럽다 싶을 정도로 대립구도와 스토리를 짜기도 했지. 그래서 단기간에 일반 대중에게 어필에 성공, 일본을 넘어 한국에까지 그 열풍을 끼쳤고, 전성기 때는 프라이드가 일본의 슈퍼볼이라는 홍백가합전과 동시 방영으로 맞짱 떠서 이겼을 정도니까.

아이러니하게 일본 MMA의 몰락 또한 이러한 점 때문이었어. 너무 엔터테인먼트를 중시하다보니 말도 안되는 자극적인 매치들을 남발했지. 캐릭터성 좀 있어보인다 싶으면 아무나 데려오거나, 태그 매치 같은 어이없는 시합들, 심지어 정말 프로 레슬링처럼 짜고 치는 경기를 하기도 했어. 그러니 대중들은 잠깐 흥미를 보이다 곧 질려했고, 흥행 저하에 맞물려 허접한 단체 운영 덕에 일본의 대표 단체 프라이드는 파산을 했어. 프라이드의 파산과 함께 일본 MMA는 침몰했고 지금까지 계속된 침체기를 겪고 있지.

미국은 일본과는 사뭇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어. 마에다 마츠요, 콘데 코마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 전설적인 유도가가 실전 유도 세계여행(실제로 길거리 싸움을 하면서 유도의 강함을 알리고 다니면서 좀 더 실전적인 유도를 고민했다고 해. 나를 이기면 1000달러 준다는 팻말을 목에 걸고 다녔다네)을 하다가 브라질에 정착했어. 이 때 가스타우 그레이시라는 사람에게 정착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보답으로 싸움질을 일삼던 그의 아들 카를로스 그레이시에게 유도를 가르치게 돼. 그리고 그 때 배운 것을 바탕으로 그레이시 가문의 형제들이 실전에 적합하게 발전시킨 것이 주짓수야. 이 과정에서 당시 브라질에 있었떤 발리 튜도라는 무규칙 시합을 숱하게 치뤘고, 결국엔 주짓수로 무규칙 시합을 휩쓸어 버렸어.

이렇게 주짓수의 강함을 확인한 그레이시 가문은 주짓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어. 그리고 홍보를 위한 하나의 이벤트를 고안하는데...

그게 바로 UFC야. 주짓수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복싱, 킥복싱, 가라데, 레슬링, 사바테, 스모 등 각 종목의 선수들을 모아서 8인 토너먼트를 개최했는데 룰은 당연히 무규칙이었어. 체급도 없고, 글러브도 없고, 낭심 가격, 머리카락 잡기 등 모든 것이 허용됐지. 깨물기와 눈 찌르기는 금지라곤 했지만 금지라기 보단 권고였고. 또한 링이 아닌 케이지에서 하는 이유는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어. 정말 대회의 목적은 오직 하나, 가장 쎈 놈을 가리는거였지(그리고 이 때부터 북미에선 MMA 를 케이지에서 하는 전통이 생겨).

이런 폭력적인 무규칙 시합은 티비로 생중계되었고, 방영하자마자 북미-서구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어. 그리고 이내 엄청난 화제가 되었지. 또한 80kg도 안되는 체격으로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들을 제압하고 우승한 호이스 그레이시 때문에 주짓수는 유명세를 탔어. 인터넷에 가끔 보는 무술 순위 짤방에 단일 종목 중 주짓수가 가장 강하다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야(그러나 지금의 주짓수는 이러한 실전 주짓수라기보단 주짓수를 위한 주짓수, 스포츠 주짓수로 변질되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해).

그러나 너무 충격적인 폭력성 때문에 곧 규제에 들어갔어. 정치권에서도 문제가 되었고 유력 정치인인 존 매케인은 인간 닭싸움이라고까지 말하면서 반드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 도대체 얼마나 충격이었길래 이러는거야? 싶을수도 있는데, 뉴욕에서 최근에야 MMA가 합법이 되고 아직까지도 유럽의 몇 몇 국가에서 MMA가 금지인 이유는 이 때의 파장 때문이라고 할 정도니까. 이렇게 중계 금지, 대회 개최 금지 등을 당한 UFC의 인기는 점차 시들시들해졌지. 그렇게 망하나 싶었는데, 당시 라스 베가스에서 다이어트 복싱이란 걸 만들어서 돈을 갈퀴로 끌어모으던 데이나 화이트라는 사람이 오히려 "이게 기회다!" 라고 생각을 했어. 그리곤 고교 동창이자 카지노 재벌이었던 퍼티타 형제에게 UFC 인수를 제안하지. 그렇게 퍼티타 형제와 데이나 화이트는 UFC를 200만달러에 인수를 했고, 룰을 재정비하는 등 MMA를 스포츠로 거듭나게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어. 이게 오늘날 우리가 보는 UFC야.

누가 가장 쎈 놈이냐를 가리는 것이 원조였기에 미국의 MMA는 실전적인 요소가 강해. 물론 MMA도 하나의 사업이니 흥행을 위해선 엔터테인먼트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일본 MMA와 비교했을 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매우 적은 편이야. 캐릭터를 잡고, 스토리를 만들고 하는 등의 요소가 거의 없지. 그냥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를 하듯이 케이지에 들어와서 싸우는거야. 퍼티타와 데이나가 UFC를 인수하고 프로 레슬링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격투 스포츠화 시킨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

여기까지가 MMA(종합격투기)의 기원이야, 정확히 말하면 이종격투기의 기원이지. 왜냐하면 이 시기엔 복싱 vs 레슬링, 유도 vs 킥복싱처럼 서로 다른 무술이 싸우는, 이종(異種) 격투기 시합이였거든. 이렇게 이종 시합을 접해본 파이터들은 한 종목으로만 싸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여러 종목을 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 이게 바로 종합격투기의 탄생이야. 이러한 짬뽕 스타일은 초창기 프랭크&캔 샘락 형제, 돈 프라이 등이 조금씩 보여주다가 노게이라와 효도르에 와서 조금 더 원숙해졌어. 그리고 마침내 GSP(조르주 생피에르)의 등장으로 우리가 아는 MMA, 이 바닥 사람들 말론 현대 MMA가 정립이 되었지.

아직까지 한국에서 이종격투기가 종합격투기보다 더 친숙한 이유는 한국에서 MMA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때가 프라이드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이었거든. 이 당시는 이제 막 이종격투기에서 종합격투기로 넘어가는 때였기에 이종격투기란 말이 좀 더 익숙했어, 이종격투기 카페도 이 때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종격투기란 말이 아직까지도 쓰이는거지, 마치 강한 사람의 대명사를 지금도 효도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해.

3~40년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MMA가 생기게 됐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은 싸움구경이라 잖아? 치고받고 싸우는 건 모르고 봐도 재밌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어ㅎ 재밌어 하는 사람이 많으면 기술 이야기라든가 다른 재밌는 썰들도 앞으로 종종 써볼게

click="jQuery(this).parent().nextAll('ul,.bd_pg').slideToggle();return false" title="댓글 보기/숨기기">댓글 10 개

click="return false">고승덕 2017.12.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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